1. 협상의 시작
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1층에 전세로 거주하는 할머니조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주말 낮.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1층 할머니가 대문 안쪽에서 청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심니까~?"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경매 때문에 왔습니다."
"2층에 벨 눌러보세요~"
문은 열리지 않았고, 단지 할머니의 목소리만이 흘러나왔다.
그때 갑자기 2층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채무자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할 말 없는데, 남의 집에 왜 찾아오신 거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이 닫혔다.
차갑기만 한 반응.
쉽지 않겠구나.
낙찰자로서 마주하는 첫 순간이 이런 냉담함이라니.
공유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친절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들 입장에서는 마치 자기 것을 빼앗기는 듯한 기분일 테니까.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1층 할머니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가 있으시니, 이 복잡한 사정을 다 알지 못하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젊은 채무자, 당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문전박대에, 협의조차 거부하는 채무자.
왠지 모르게 찜찜함이 스며들었다.
이건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라,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듯한 느낌.
이제 나도 준비해야 했다.
2. 또다른 시작 소송
바로 소송.
부당이득금 소송과 공유물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상대 공유자들은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변론 판결.
원고 승!
'법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얼마전 행꿈사 카페에서 배운 그말이 지금은 너무 다가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아마 채무자의 돈 문제에 지쳐버린 게 아니었을까.
조금만 더 대응했더라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맞섰더라면,
그들에게도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료 소송에서도 무려 12% 이자를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대로 승소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약 1년의 시간.
그리고 어느 날, 운명처럼 새로운 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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